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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라이프/오늘하루'에 해당되는 글 11건
2016. 1. 17. 04:13

하만이 '우울증'이라는 말을 택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는 것은, 훨씬 고상한 의미에서다. "현세에서의 이 불안은 우리의 이질성에 관한 유일한 증거이다. 만약 우리에게 아무런 부족함이 없다면, 우리 역시 신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고, 사랑하는 자연에 넋을 잃고 있는 이교도나 선험적인 철학자를 조금도 뛰어넘지 못했을 것이다. 따라서 어떠한 향수도 우리를 엄습하지 못할 것이다. 이 참견 잘하는 불안, 이 성스러운 우울증은 오늘날의 부패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희생 제물을 태우는 불인지도 모른다.

 -키에르케고르, <불안의 개념> 각주.

 

 

*

오랜만에 열어본 독서노트의 마지막 글귀이다. 우울이라는 감정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를 주었던 글귀. 김연수 작가의 '도넛' 은유 이전에 키에르케고르가 있었다. 2-3년 전쯤에 적어두었던 문장인걸로 기억하는데 왜 이걸 잊고 있었는지.

 

 

 

 

 

 

2015. 8. 12. 12:27

 

오랜만에 늦은 퇴근.

밤의 온기를 느끼며 되내어 보는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는 그 말.

 

 

 

밤의 분수와 노을지는 하늘 풍경까지. 남은 업무가 많지 않았다면 조지타운까지 쭉 걸어가고 싶었는데 한동안 게으름 피운 대가로 저녁 산책은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그래도 모처럼 차분해진 기분으로 하루를 정리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

안과 밖의 발란스가 엉망인 요즘.

 

위태위태했던 내면을 돌보지 않고 밖으로 얼마간 나돌았더니 금세 혼란이 배가 되어 돌아왔다. 아닌 척하려 애썼음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알게된 사람들과의 교류는 여전히 어색하고 버겁기만 하고, 나도 모르게 연기를 하고 있는 건지 항상 그 상황에선 스스로가 객체화되어 이 낯선 세계를 둥둥 떠다니고 있는 흐리멍텅해진 내 자신이 빤히 보여 민망하고 부끄럽다. 지금은 어찌어찌 정신을 차렸으니, 적어도 문제상황을 온전히 마주하고 골똘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에서,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나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