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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8. 20. 13:13

20090712 @ walden pond

월든호수에서의 마지막 날, 하염없이 호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나는 이날, 장장 여섯시간 동안을 호수에 머물러 있었던 것 같다. 아름다운 풍경에 한껏 취해있었던 그때, 카약을 타며 지나가던 인상좋은 아저씨께서 자신의 카약을 한번 타보지 않겠냐며 말을 건넸다. 호수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언감생심 꿈에도 생각치 못한 행운을 놓칠 수가 없어서, 구명조끼도 없이 한 번도 타 본 적 없는 카약에 냉큼 올라탔다. 깊은 호수 위를 홀로 지나야 한다는 게 무섭기도 했지만, 왠지 모를 용기가 생겨 서서히 노를 저어갔고, 이내 나를 태운 카약은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몇 십 분이 지났을까, 내가 태어났던 그 날 그 시간, 나는 월든 호수의 한가운데에 떠있었다! 모든 게 정지된 것 처럼 고요했던, 꿈만 같았던 그 순간- 형언할 수 없는 행복감에 젖어든 나는 잠시 노 젓기를 멈추고 잔잔히 일렁이는 물결을, 하얀 구름이 몽실대는 하늘을 바라봤다. 이번 만큼은 모든 광경을 꼭꼭 담아가기 위해서 애쓰지 않았다. 흐르는 대로 두어도 언제고 나는 이 순간을 기억할 수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돌아오는 길목에서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 기다리고 계셨던 친절한 John
아저씨가 귀뜸해주신 바로는, 나는 카약을 타는 내내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고 한다. 이 날 이후로도 며칠동안을 이 날의 일이 꿈인지 현실인지 헛갈려하며 쉬이 가시지 않는 여운을 붙잡고 행복해 했다. 내 생애 가장 큰 생일선물을 받았던 이 날. 난 아마 이 날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고마워요 정말정말*
2009. 8. 12. 17:03


기분이 이상하다. 곧 이곳을 떠난다는 게 낯설다. 얼마나 이곳의 아름다운 풍경과 사람들을 그리워하게 될까 가늠하기도 힘들다.
탁트인 바다, 거대한 나무들이 만들어 낸 운치있는 가로수 길, 자전거로 뒤덮힌 거리, 널찍한 버스, 여유로운 운전자들, 정체를 알 수 없는 패션감각, 제멋에 사는 즐거운 사람들, 푸르른 잔디밭 위에서의 휴식, 자전거를 타고 맞던 바람, 뜨거웠던 테니스 코트장, 미지의 곳을 향하던 버스 밖 풍경들.... 나열하기도 힘든 이 많은 것들이 정말 정말 그리울거다.

돌이켜보면,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뭐가 그리 급했는지 내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안달이 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이런저런 일들이 마법처럼 일어나기 시작했고,  어느새 '살아가고 있구나'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적어도 여기서 나는, 행복에 쉬이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배웠고, 나름 넓게 바라봤다고 착각했던 내 세상을 다시금 깨뜨리고 나올 수 있게 됐다. 때론 지루함에, 때론 사랑하는 얼굴들이 그리워 부렸던 투정들이 무색할정도로 많은 걸 얻어간다. 조금 더 늦게 돌아가고 싶은 이 마음, 조금 더 일찍 보스턴을 다녀왔었더라면 나는 지금쯤 그곳에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다음을 기약하기 위해 잠시 묻어두기로 하련다. 약간의 아쉬움은 남겨두는게 좋다고들 하니까. 그러면 다시 어딘가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맡기기 위해 더 열심히 살아갈 수 있을거다. 

밴쿠버! 고마워, 너무너무 그리울거야 *